본문 바로가기

종영/사의찬미

사의찬미 4회 움짤리뷰(데이터주의


2018.12.03 사의찬미 4회


움짤리뷰(60개 - 데이터주의)

왜 자꾸 많아질까...



"잘 지냈어요?

잠깐만 시간 좀 내줄래요?

시간 오래 안뺏을게요

잠시면 돼요

그러니까 우리 어디 가서 잠깐.."


누가봐도 붙잡지 못할까봐 겁이나서

정신없이 쫓아온 모습으로

시선은 우진에게 둔채로

심덕이 숨도 안쉬고 계속 말을 한다


얘기좀 하자고 잠깐이면 된다고

오래안걸린다고


거절하지말라고 

거절하지 말라고



"우선 옷부터

밟으면 위험하니까"



"아..."



"고향에서 회사일을 한다고 들었어요

명희씨가 그러더라구요 회사일이 바빠서인지

아무리 편지를 해도 답이 없다고"


5년동안 심덕은 우진에게는 연락을 하지 못했으나

다른 극단원들과는 연락을 하고 지냈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우진의 소식이 너무 궁금해서

 먼저 단원들에게 연락을 했었거나



"내 안부를 묻는 명희형의 편지끝엔

항상 이런 말이 쓰여있었어요

우진 요즘 글은 쓰고있나? 라고


펜으로 글을 쓰는 대신에

서류에 내 이름을 반복해서 쓰는 수준인데도

차마 대답할 수가 없었어요"


지나고보니

일본 경찰들에게 연습실이 뒤져지고

이마에 총구가 겨눠지고

경찰서에 끌려가서 고문을 받았더라고


그 시간이 제일 빛났을테니

그때와 너무 달라진 지금의 자신을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편지를 못한것 같다



"무대위에서 노래하는 당신모습 참 멋졌어요

안떨고 잘하더군요

굳이 내가 지켜볼 필요가 없을정도로"



"이제 무대위에 서는 건 떨리지 않아요

근데 당신을 보니까 떨렸어요

당신이 나를 보고 있어서

그리고 당신이 가 버릴까봐

잊겠다 마음 먹으면 잊을 줄 알았어요

그리구 잊은 줄 알았어요"



"근데 

관객석 뒤에 서 있는 당신을 보고 깨달았어요

나는 단한번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었다는 걸"


5년전 그때

심덕은 말했었다

잊혀지지 않는 그리움따위 없다고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동안

한순간도 그리움을 떨쳐내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

꿈을 이루는 자리를 박차고나와

우진의 뒤를 쫓았다




"잊을 수 없거든 그대로 둬요

나도 그럴게요"


한번도 제대로 표현한 적 없지만

5년이나 지나 

그마저도 한참을 돌리고 돌려

전하는 마음



관객들 앞에서 노래할 때보다

더 벅차하는 심덕의 얼굴


이 큰 그리움을 안고

먼저 등돌렸던 그 시간을 

얼마나 후회하면서 지냈을까



푸르고 푸른 숲속에

한참을 돌고 돌아

마음을 전한 연인 한쌍


저 푸른잎들 다 떨어지고

앙상해지면

그때 이 마음도 끝이날까..



"편지할거에요

명희씨한텐 답장 안해줘도

나한텐 답장 해줘야돼요?"



"알았어요"



"우진 

다시 글을 써봐요

난 당신의 글이 좋거든요"


5년전에 심덕이 우진에게

이제 호칭을 편하게 하자 했었는데

우진은 나중에요 라고 말하고

그 후에도 계속 심덕씨 라고 불렀다


호칭을 편하게 하는 데 5년이나 걸렸네



우진의 서재에서 글 정리를 하던

우진의 부인이

서랍속에 넣어둔

5년 전 심덕의 모자를 발견한다



"아니 근데 방송국이고 음악회고 뭐고간에

늘 이렇게 돈을 적게 주는거니?

아니 그래도 그렇지 원

일본 유학까지 갔다왔는데

급사보다도 적게버니.."


그저 노래만 할 수 있다면

돈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심덕과는 달리

식구가 다섯이라 뭐가됐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더 중요한 심덕의 모친


꿈을 꾸며 사는 심덕과

현실이 더 중요한 어머니와의 대화



'우진, 그곳은 어떤가요

나는 별 일 없이

아무 근심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쫓아다니면서

조선에서 조선말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현실은 팍팍하다

꿈을 꾸는 사람에게 더욱 그렇고

그래서 심덕의 매일은

숨막히고 답답하다


그럼에도 우진에게 쓰는 편지에는

언제나 좋은 말들

좋은 일들만 적어 보내며

행복한 척 한다



'그래도 역시 가장 행복한 건

당신을 만날 때랍니다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눈빛이 따뜻해서 였을까요?

아니면 내 손을 꼭 잡아 준 

당신의 손이 따뜻해서 였을까요?'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근심없지 잘 지낸다니 내 마음이 환해집니다

나도 별 일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지난한 회사업무는 해도해도 적응이 잘 안되지만'



'가끔 평론몇편을 문학지에 기고하고

시를쓰고. 희곡을 쓰고

당신을 떠올려 위안을 얻습니다

그리고선 생각합니다'



'당신이 보고싶다고

그럴때면 경성에 가곤 하지만

그게 다 무슨소용일까요'



'당신을 만나고 돌아서자마자

나는 이미 당신이 그리운데

이런 내마음을 어쩌면 좋을까요'


그리고 우진 역시

힘든 현실에 대한 부분은 모두 빼고

당신을 만나 즐겁고

당신이 그립다는 내용만을 적어보낸다


편지를 읽는 상대가

웃길 바라는

미련한 두사람의 미련한 거짓말이

편지와 함께 쌓여간다



"심덕아 그동안 못난 애비대신

집안 살림 책임지고 

동생들 공부까지 시키느라 고생많았다

염치없지만 한번만 더 부탁하자꾸나"



"결혼만 해주면 성덕이랑 기성이

미국 유학비랑 생활비

게다가 니 아버지랑 내 생활비까지 대준단다

너 몇푼 벌어놓은 걸로 어림도 없는 일을

그댁에서 해준대잖아

니가 동생들 앞길을 터줘야지 응?"



그리고 아무리 외면하려해도

결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은


부모의 뒤에 숨어

심덕을 괴롭힌다



갑자기 찾아온 심덕의 전화에

놀라 달려온 우진


얼마나 뛰었는지 자켓은 벗었고

넥타이도 헝클어진 채로



무슨 일이 있냐고 걱정스레 묻는 

우진을 끌어안는 심덕



"당신이 그랬잖아요

내가 그립다고

그래서 왔어요"


심덕의 말에 안도하며 숨을 고르는 우진


수많은 거짓말 위에 

위태롭게 놓여진 두사람의 행복



"경성에 올때면 늘 아버님께 혼난다면서요

사장이란 놈이 자리는 비우고

경성으로 나들이나 다닌다고

그래서 오늘은 내가 왔어요

혼나지 말라고 당신은 효자여야 하니까"


심덕을 그리워하던 우진이

홀로 찾던 바닷가를 함께 걷는 두사람


이제 우진에게 이 바닷가는

심덕을 그리워하는 곳이면서

심덕과 함께 걸었던 곳이된다


바닷가 근처만가도

심덕의 생각이 그치지 않을거야



"나 꽉 붙잡아봐요

가지말라고 붙잡아봐요

내 곁에서 떠나지마라 꽉 붙들어 보라구요"



"당신 무슨 일 있는거죠"


한꺼풀 

행복한 척하던 거짓을 벗어내면

온통 걱정이다



"혼담이 들어왔어요 아주 부자래요

그래서 내 동생들 유학도 보내주고

외국에서 쓸 생활비도 보태주고

우리집 생활비도 다 대줄거래요

그정도로 내가 좋대요"



"말해줘요 부모님이며 동생들이며

어떻게 살든 내버려두고

나랑 어디론가 멀리 가버리자

한마디만 해줘요"


심덕은 알고있다

우진이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우진이 그럴 사람이었다면

이미 5년전에

우진은 심덕과 함께 도망하거나

심덕에게 결혼했음을 말하지 않은채로

연인으로 남았어야했다



아무말도 못하는 우진...


결국 이렇게 아프게 끝날거라면

5년전의 약속같은 거

기억하고 있더라고 지키지 말지


잠깐 얘기만 하자면 심덕에게

다정하게 굴지 말지


잊혀지지 않았다던 심덕에게

잊혀지지 않으면 그대로 두라고 말하지 말지


그립다 말하지 말지....



"얼른 말해봐요 이렇게 잡고서

가지 마 

당신없으니 살 수 없으니 

제발 그 마음을 거둬

가지마 해보라구 

제발..."


울며 애원하는 심덕

우진에게 말해달라는 이 모든 말들은

사실 심덕이 우진에게 하고싶은 말일테지


우진이 그렇게 말한다면

심덕은 그렇지 할지도 모른다

심덕은 그렇게 할 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우진은...

심덕이 사랑하는 우진은

모든 걸 버리고 도망할 사람이 아니기에



우진은 말이 없고

심덕은 우진의 팔을 붙들고

눈물만 흘려댄다



이게 끝임을 아는 우진은

매달리는 심덕에게 

손길하나 주지 않고

그저 가만히...

그 자리에 가만히....



"우진이 너 또 그 한량같은 동무들이랑 어울려

문학이니 뭐니 헛꿈을 꾸는게냐

그럴거면 다신 경성에 가지말거라"



"이제 갈 일 없습니다"



우진의 마음과 같은 비가

창밖으로 떨어지고



심덕을 보내고 아픈 마음을

헤아려 줄 사람 역시

심덕뿐이기에


우진은 소리내어 

헤어짐의 아픔을 토해내지도 못한채

심덕의 글을 읽으며

심덕을 그리워한다



유일한 숨쉴곳이던

심덕이 사라지고 난 뒤

우진은 현실이 너무 버겁고 지친다



심덕은 결혼할 사람을 바래다주는 길에서

우진의 모습을 보고

홀로 반가워했다

아무도 없는 길임을 깨닫고

허탈해한다



"어멈이 그러더구나

니가 회사에서 돌아오면 매일밤 여기 틀어박혀

밥은 안먹고 술만 마시며 글을 쓴다고

한달째


아비가 글은 아니된다 분명히 말하지 않았느냐

헌데 문학지에 글을 써 보냈더구나

그것도 여러편을 말이다


니 이름 석자 대신

수산이란 호를 쓰면 아비가 모를 줄 알았더냐

대체 니가 왜 

조선의 신극인지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게야

경성에 가지 말라고 아비에게 반항이라도 하는게야"



"지금까지 아버지께서 하라하시는 일은 

다 하면서 살았습니다

결혼하라하시어 했고

집안의 토지관리를 맡아서 해야하니

농업학교를 가라하시어 갔고

일본에서 돌아오시면 

회사일을 하라시어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뭘 그렇게 반항을 했습니까

아버지"



"예!!

저는 지금 아버지께 소리를 지글고 있습니다

제발 숨 좀 쉬게 해 달라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남들은 조국독립을 위해 투신하는 이때

저는 아버지 뜻에 따라 아주 비겁하게 살고있습니다

그런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해서

글로 나마 그 부끄러움을 고백하고 싶었습니다

글로나마

글로나마 뭔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 종이에 알량한 몇자적는 걸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제게

그마저도 관두라하시니 여쭙습니다"



"아버지는 대체

제게 살라는 것입니까 죽으라는 것입니까"



책임 질 것이 너무 많고

가족이 소중했고

그리움을 멈추겠다 다짐해도

그리움이 그치지 않았고


삶에 소중한 것들을

하나 둘 접어놓고 마주한 현실은

늘 팍팍했고


그 현실이 버거워

찾았던 숨쉴곳은

반대를 불렀다


어느것하나 쉬운 것이 없어서

늘 서러웠던 

우진과 심덕...